YOUNGLEE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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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상자 1만 원 차이, 자영업자는 왜 업체를 못 바꾸나

제주의 한 식당이 술 판매를 사실상 중단했다. 대신 손님이 밖에서 직접 사 온 술을 마시게 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바꿨다.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식당 안내문
제주 주류업체 담합

겉으로는 특이한 영업 방식 변경으로 보인다. 하지만 논란이 커진 진짜 이유는 그 배경에 있다. 업주는 거래처를 바꾸려다 다른 업체들로부터 거래를 거절당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 업체들이 든 말이 '상도덕'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이 갈린다. 기존 거래처를 빼앗지 않는다는 관행은 정상적인 업계 문화인가, 아니면 가격 경쟁과 자영업자의 선택권을 막는 담합인가.

이 식당에 무슨 일이 있었나

알려진 경위는 이렇다. 이 식당은 약 10년 동안 같은 주류 납품업체와 거래해 왔다.

가격 차이를 알게 된 계기는 지인이었다. 새로 식당을 여는 지인의 납품 견적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받던 가격이 더 비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업주 주장에 따르면 차이는 소주 한 상자당 5,000원에서 최대 1만 원. 10년 누적을 생각하면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다.

이후 업주는 거래처를 바꾸려 했지만, 제주 지역 다른 업체들로부터 거래를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기존 거래처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이유였고, 업체들이 쓴 표현은 '담합'이 아니라 '상도덕'이었다는 게 업주의 설명이다.

결국 선택한 것이 지금의 영업 방식이다. 식당은 술을 팔지 않고, 손님이 직접 구입해 가져오도록 안내한다. 다만 직원이 손님 카드로 대신 술을 사다 주는 방식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손님이 술을 사 오는 건 합법인가

이 부분은 오해가 생기기 쉬운 지점이다. 식당 측은 제주시 위생 담당 부서와 세무서에 문의한 결과, 손님이 직접 구입한 술을 가져와 마시는 것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이는 이 식당이 관계 기관에 문의해 받은 안내이며, 모든 음식점에서 조건 없이 자유롭게 허용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 업종과 영업 형태에 따라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

식당이 '직원 대리 구매'를 굳이 금지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손님이 스스로 사 오는 것과, 식당 측이 구매에 관여하는 것은 성격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말한 '상도덕'은 무엇인가

업체 입장에서 이 관행은 나름의 논리를 갖는다. 가장 설득력 있는 형태로 정리하면 이렇다.

주류 도매는 거래처 확보와 유지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 냉장고 등 집기 지원, 외상 거래, 장기간의 관계 관리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경쟁사가 조금 낮은 단가를 제시해 거래처를 데려가면, 투자한 업체만 손해를 본다.

이런 출혈 경쟁이 반복되면 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무너지고, 결국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 '거래처 침탈 금지' 관행을 옹호하는 논리다. 좁은 지역 시장일수록 이 논리는 더 강하게 작동한다.

문제는 이 논리가 어디까지 정당한 자율이고 어디부터 위법인가다.

공정위는 이미 한 차례 제재했다

여기서 이번 사안의 중요한 배경이 등장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4월 30일, 제주지역 주류도매업협회를 제재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사유로 확인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항목 내용
대상 제주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수단 2018년부터 운영한 '거래정상화협의회 시행규칙'
행위 1 회원사가 다른 업체의 기존 거래처를 유치하지 못하도록 제한
행위 2 소매점 공급가격 제한

'거래처를 빼앗지 않는다'는 규칙 자체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됐다는 뜻이다. 업계에서 '상도덕'이라 부르던 것이, 법적으로는 경쟁 제한 행위로 평가된 사례가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과 같은 사건인가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구조는 닮았지만, 동일한 사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분 공정위 제재 건 이번 식당 사례
성격 공식 조사와 제재로 확인된 사실 업주가 안내문 등을 통해 밝힌 주장
대상 협회의 규칙 운영 행위 개별 업체들의 거래 거절 (업체 미특정)
시점 2018년 이후 규칙, 2026년 4월 제재 최근 거래처 변경 시도
검증 상태 공정위 공식 발표 업체 측 반론·거래 자료 미확인

정리하면 이렇다. 협회 차원의 경쟁 제한 행위가 제재됐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거래를 거절한 업체들이 그 협회 규칙 때문에 그랬는지, 개별 판단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거론된 업체들의 공식 입장이나 반론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제주 주류업계 전체가 담합했다"거나 "특정 업체가 위법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지금 확인된 것은 구조적 유사성까지다.

이 사건이 드러내는 구조적 문제

이번 일을 '술 반입 식당' 이야기로만 보면 핵심을 놓친다. 더 큰 문제는 세 가지 층위에 있다.

첫째, 자영업자의 가격 정보 접근성이다. 이 업주는 10년간 거래하면서도 자신이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지인의 견적을 우연히 보고서야 알았다. 주류 납품가는 공개 시세가 아니라 업체별 개별 협상으로 정해지는 구조라, 비교 자체가 어렵다.

둘째, 거래처 변경의 실질적 자유다. 계약상으로는 언제든 업체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지역 내 업체들이 공통의 관행을 공유하면, 선택지가 사실상 사라진다. 이 경우 계약의 자유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셋째, 신규 진입의 벽이다. 기존 거래처를 건드리지 않는 규칙이 유지되면, 새로 진입한 업체는 신규 개업 식당만 노려야 한다.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가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비용은 어디로 갈까. 식당의 원가에 반영되고, 그 원가는 결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술값에 영향을 준다. 자영업자 개인의 문제로 보이는 사안이 소비자 물가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온라인에서 오해되기 쉬운 세 가지

이 사안이 확산되며 몇 가지 오해가 함께 퍼졌다. 사실과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 "제주 업체 전부가 담합했다" — 확인되지 않았다. 공정위 제재는 협회의 규칙 운영에 대한 것이고, 이번 거래 거절이 모든 업체의 공동 행위였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 "어느 식당이든 술 사 와도 된다" — 이 식당이 관계 기관에 문의해 받은 안내이지, 모든 음식점에 조건 없이 적용되는 원칙은 아니다.
  • "업체 불법이 확정됐다" — 업주의 주장 단계다. 해당 업체들의 반론이나 구체적 거래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들

이 사안을 계속 지켜본다면 판단 기준은 이렇게 잡을 수 있다.

  1. 업체와 협회의 공식 입장 — 거래 거절의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개별 경영 판단이라면 위법 소지는 달라진다.
  2. 공정위 제재 이후 실제 변화 — 4월 제재로 문제의 시행규칙이 실제로 폐지·개정됐는지, 관행만 남아 유지되고 있는지.
  3. 추가 신고 또는 조사 여부 — 유사 사례가 더 나오거나 공정위가 재차 들여다볼지. 개별 업체의 거래 거절도 사안에 따라 공정거래법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4. 다른 지역의 유사 구조 — 이런 관행이 제주만의 문제인지, 지역 유통 시장 전반의 문제인지.

자주 묻는 질문

거래처를 안 빼앗는 관행은 무조건 불법인가?

개별 업체가 스스로 판단해 특정 거래를 하지 않는 것 자체는 경영 자유의 영역일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건 여러 사업자가 협회 등을 통해 공동으로 규칙을 만들어 서로의 경쟁을 제한할 때다. 공정위가 제주 협회를 제재한 것도 이 지점이다.

공정위가 제재했는데 왜 같은 문제가 또 나오나?

현재로선 이번 사례가 제재된 그 행위의 연장선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일반적으로 문서화된 규칙이 폐지돼도 오랜 관행이 남는 경우가 있다. 제재 이후 실제 변화가 있었는지는 앞으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자영업자가 납품가를 비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주류 납품가는 공개 시세가 아니라 업체별 협상으로 정해져 비교가 쉽지 않다. 이번 업주도 지인의 신규 견적을 보고서야 차이를 알았다. 복수 업체에 견적을 요청하거나 동종 업종 사업자와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정리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두 가지다. 공정위가 2026년 4월 제주 주류도매업협회의 거래처 유치 제한과 공급가격 제한 행위를 제재했다는 것, 그리고 한 식당이 주류 판매를 중단하고 손님 반입 방식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번 거래 거절이 어떤 이유에서 이뤄졌는지, 그것이 협회 관행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업체들의 입장은 무엇인지다.

판단의 기준은 하나로 모인다. 업계의 자율적 질서와 경쟁 제한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 거래처 보호라는 명분이 자영업자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없애는 순간, 그것은 관행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가 된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기존 거래처를 건드리지 않는 업계 관행, 시장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질서일까요 아니면 경쟁을 막는 장벽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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