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남혐·여혐 잣대 시민이 정한다? 청년 기구 신설안의 실제 내용
"남혐이든 여혐이든 결국 또 규제하겠다는 것 아니냐."
성별 혐오표현 기준을 다룰 시민참여기구 신설이 검토된다는 소식에 나온 반응이다. 온라인 표현을 건드리는 정책은 늘 이 의심부터 받는다.
그런데 제안서의 실제 내용은 통념과 결이 다르다. 핵심은 정부나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혐오표현의 경계를 정하는 대신, 시민이 직접 기준을 합의하자는 것이다. 규제인지 합의인지, 내용을 뜯어보면 판단이 선다.
무엇이 제안됐나
17일 공개된 성평등가족부 청년 공존·공감위원회 정책제안서에는 '디지털 환경 내 젠더 기반 혐오표현 완화를 위한 포괄 정책 제안'이 담겼다.
구조는 두 축이다.
- 시민 숙의기구 — 어떤 표현을 성별 혐오표현으로 볼지, 어떻게 대응할지를 다양한 시민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로 정한다.
- 플랫폼 자율규제 + 평가·인증제 — 정부가 직접 삭제·처벌하는 방식이 아니라, 플랫폼의 자율규제 수준을 평가하고 인증해 책임을 강화한다.
즉 제안서 자체는 '국가가 기준을 정해 처벌하는 모델'이 아니라 '시민이 기준을 만들고 플랫폼이 이행하는 모델'을 그리고 있다. 성평등부는 이를 하반기 발표할 성별균형·성평등 정책안에 반영할지 검토 중이다.
왜 이런 기구까지 나왔나, 숫자로 보는 젠더갈등
배경에는 청년층의 갈등 인식이 있다. 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 조사 항목 | 남성 | 여성 |
|---|---|---|
| "젠더갈등 심각" (20대) | 81.0% | 83.0% |
| "젠더갈등 심각" (30대) | 76.0% | 73.0% |
| 심각하다고 본 차별 (20대) | "남성차별 심각" 70.4% | "여성차별 심각" 70.3% |
주목할 건 세 번째 줄이다. 갈등이 심각하다는 데는 남녀가 일치하는데, 각자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차별의 방향은 정반대다. 한국리서치의 2025 젠더인식조사와 2023년 한국리서치·KBS 조사 결과다.
갈등의 진원지로는 온라인이 지목됐다. 국민통합위원회 조사에서 청년 46.4%가 남초·여초 커뮤니티 등으로 생산적 소통이 어려워진 점을 갈등 심화 원인으로 꼽았다. 혐오표현 정책이 '디지털 환경'을 겨냥한 이유다.
청년 150명이 만든 20개 과제
제안 주체인 청년 공존·공감위원회는 19~39세 남성 75명, 여성 75명을 공개 모집해 구성됐다. 3개 분과로 나뉘어 총 20건의 과제를 냈다.
- 채용·일터 (9건) — 민간기업 남성 근로자 태아검진 동행휴가 10일(기업엔 하루 8만 원 지원), 채용~퇴직 단계별 성비를 공개하는 성별근로공시제 확대, 이사회 다양성 확대 등
- 사회·문화 (5건) — 혐오표현 시민 숙의기구, 갈등완화형 정책 소통 매뉴얼, 군 의무복무 보상체계에 대한 청년 인식격차 조사 등
- 안전·건강 (6건) — '여성안심귀갓길'을 '모두의 안심귀갓길'로 개편(여성 대상 범죄 다발 지역 특화 보호는 유지), 비동의 성적 행위 예방·대응체계, 폭력예방교육 실효성 평가 개선 등
눈에 띄는 건 방향이다. 남성 태아검진 휴가, 군복무 인식조사, '모두의' 안심귀갓길처럼 어느 한쪽 성별만을 위한 설계에서 벗어나려는 과제가 곳곳에 들어 있다.
참여자들은 뭐라고 했나
위원들의 소감에서 이 기구의 성격이 드러난다.
"정부나 기업의 일방적인 규제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청년들이 직접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시민참여 거버넌스를 기획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사회·문화 분과 30대 여성 위원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부분도 상대 성별은 충분히 어려워할 수 있고, 남녀가 겪는 어려움이 상당히 다층적이고 입체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사회·문화 분과 20대 남성 위원
참여자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찬반 논쟁이 아니라 성별갈등을 구체적인 정책 문제로 다룬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래도 남는 쟁점, '합의'인가 '규제의 전 단계'인가
물론 "또 규제냐"는 우려가 근거 없는 건 아니다. 쟁점은 이렇게 갈린다.
우려하는 쪽은 이렇게 본다. 시민 숙의로 만든 기준이라도 일단 '공인된 혐오표현 목록'이 생기면, 플랫폼 평가·인증제와 결합해 사실상의 검열 인프라가 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 영역을 행정이 간접 관리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기대하는 쪽은 반대로 본다. 지금도 플랫폼들은 기준 없이 제각각 게시물을 지우고 있고, 그 기준이 불투명해서 남녀 모두 "우리만 지운다"는 불신이 쌓였다. 시민 합의로 투명한 기준을 만드는 게 오히려 자의적 삭제를 줄인다는 논리다.
결국 관건은 실행 설계다. 숙의기구의 구성이 실제로 다양한가, 합의 결과가 권고에 그치는가 강제로 이어지는가에 따라 같은 제도가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이 부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흐름과 남은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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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청년 공존·공감위원회 출범
19~39세 남녀 각 75명, 총 150명을 공개 모집해 3개 분과로 구성됐다.
출범 -
7월 4일중간보고회 개최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원민경 장관과 청년위원들이 3개 분야 정책 제안을 논의했다.
보고 -
7월 17일20개 과제 담긴 제안서 공개 보도
혐오표현 시민 숙의기구, 태아검진 동행휴가 등 총 20건의 정책제안이 알려졌다.
제안 -
다음 주제안서 전문 온라인 공개
'청년 공존·공감네트워크' 홈페이지에서 국민 누구나 공감 표시와 댓글로 의견을 낼 수 있다.
참여 -
하반기성별균형·성평등 정책안 발표
국민 의견을 종합해 실행 가능한 과제를 추린 뒤 정부 정책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전망
자주 묻는 질문
정부가 직접 남혐·여혐 표현을 규제하겠다는 건가?
현재 제안서 기준으로는 아니다. 정부가 기준을 정하는 대신 시민참여기구가 숙의로 기준을 합의하고, 플랫폼은 자율규제에 대한 평가·인증을 받는 구조다. 다만 아직 검토 단계라 최종 정책안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제안들은 확정된 정책인가?
아니다. 청년위원회의 정책 제안이며, 성평등부가 국민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실행 가능한 과제를 선별한 뒤 하반기 성별균형·성평등 정책안에 반영할지 결정한다. 다음 주 공개되는 제안서 전문에 누구나 의견을 달 수 있다.
남성 관련 과제도 들어 있나?
있다. 민간기업 남성 근로자의 태아검진 동행휴가 10일, 군 의무복무 보상체계에 대한 청년 인식격차 조사, 여성안심귀갓길의 '모두의 안심귀갓길' 개편 등이 대표적이다. 남녀 각 75명이 함께 만든 제안이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정리
남혐·여혐 잣대를 시민이 정한다는 이번 구상은, 적어도 제안서상으로는 '정부 규제 강화'보다 '합의 기구 신설'에 가깝다. 다만 그 기준이 어떤 강제력을 갖게 될지는 하반기 정책안에서 판가름 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느 쪽인가요? 시민 숙의로 만든 혐오표현 기준은 자의적 삭제를 줄이는 장치가 될까요, 아니면 결국 표현 규제의 근거가 될까요?